황호석 : 흰빛의 날들
Hwang Ho-suk : After the War
2023.10.03 ~ 2023.10.15
후원 : 춘천문화재단
“요즈음 나는 고통을 모른다. 망각할 수 있을 만큼, 그래서 기억을 해내야 할 만큼, 나는 사랑하고 있다, 백열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며, 천사의 인사로 감사한다."
(잉게보르크 바흐만, 흰빛의 날들 中)
이번 전시는 배틀 필드(battle field)를 타이틀로 자신을 포함한 주위의 인간사를 동요하는 감정과 경쟁의 각축장으로 표현하였던 2007년 전시 이후 오랜 기간의 공백 후에 개최되는 황호석의 개인전이다.
“After the War”라는 키워드로 다시 돌아온 그의 선택은 오스트리아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흰빛의 날들 Days in White>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와 감정의 충돌, 내면적 파괴와 상처 등을 ‘전쟁’에 비유하고 그 이후의 나날들을 치유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쟁으로부터 돌아온 이의 삶의 여정은 폐허에서부터 재건하는 안식처로부터 시작된다.
인형, 사물, 회전목마 등 알레고리로 가득했던 그의 화면에는 초록과 흰빛, 집과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반사하는 물은 공간적인 상징이기도 하며, 내면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자연 속에 스며있는 사람들과 폭죽처럼 빛나는 ‘흰빛’은 찰나와 같이 폭발하는 사랑과 환희의 순간들이며, 이 또한 스러지고 말 것임을 작가는 알고 있다.
끓임 없이 명멸하는 자연과 같이, 우리들 각자의 삶도 태어나고, 빛나며, 사라진다. 작가는, 그 속에서 ‘백열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두려움 없는 삶을 사는 자세임을 회화적 표현으로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