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혜진 이진경 : 세 가지 색 - 그린
Kong He-jin, Lee Jin-kyung : Three Colors -Green
마주보며 Facing each other
2023.08.30 ~ 2023.09.10
기획 : rosa
디자인 : 미몽
공간조성 : eastsoup
사진.행정 : 이경하
영상 : 스톤키즈
후원 : 춘천문화재단
여름이 다 가고 있다.
풀벌레 소리가 가득하다.
지난 비로 계곡의 물 소리가 커졌다.
이 계절은 서늘한 풀벌레 소리가 가장 빛난다.
드문드문 어두운 소식이 들려 온다.
모든 색이 가신 어둠 속에 가만히 앉았다. 저 흐르는 개울과 변함없는 수 많은 초록과 그 사이 곁하여 사는 작은 생명들이 끝없이 가득하다.
난,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잠시 잊고, 떨어지고 흐르고
여전히 꿋꿋이 살아가는 것과 잠시 마주 본다. 그저 고맙다.
2023. 8. 15. 이진경
마주 보며
매일 다니는 동네 골목에서 라일락의 벌레 먹은 잎 한장을
데려와 책상에 올려두고 반나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날은 잎의 외곽을 따라 천에 선을 그리고
바느질 한다.
또 그 다음은 잎안에 있는 잎맥을 따라 선을 그리고 바느질 한다.
잎에 있는 작은 결각 하나 잎맥 하나를 바늘로
한땀한땀 따라다니면 내 안에 라일락 잎이 한땀한땀 새겨진다.
그런 시간을 보내면 어느 곳에 있는 라일락을 만나도
잘 아는 친구를 만난 것 같다.
내가 바라보면 식물도 나를 본다. 그렇게 같이 보낸 시간들이
쌓이면 우리는 어떤 말도 필요없는 사이가 된다.
2023. 8. 16. 공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