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경 정보경 : 세 가지 색 - 레드
Oh Se-kyung, Jung Bo-kyung : Three Colors - Red
나의 불온한 이웃 My Unsettling Neighbor
2023.07.19 ~ 2023.07.30
기획 : rosa
디자인 : 미몽
공간조성 : eastsoup
사진.행정 : 이경하
영상 : 스톤키즈
후원 : 춘천문화재단
《세 가지 색》의 두 번째 연작 전시, “레드(Red): 나의 불온한 이웃”이 지닌 분노과 결핍이 표출되는 방식은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억제되고 가라앉은 서늘한 기운이 공간을 감싸고 있을 뿐이다. 오세경과 정보경, 두 화가는 강박적인 불안의 감정을 무시하려고도, 벗어나려고도, 또 직시하려고도 부단히 애를 쓴다. 그러나, 그 분노의 대상이 어디에서 연원하는 지 작가는 알고 있지 않다. 마치, 그림을 매개로 ‘사회’라는 특정할 수 없는 대상에 화를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은 단위의 개인이 거대하고 복잡한 시대를 바라보려는 노력 중 하나의 가능성으로 비치길 기대한다.”는 오세경의 작가노트에서 보듯, 그는 그저 있는 힘껏 이 세계의 삶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할 따름이다.
도무지 이해하려 할수록 이해되지 않는 부조리의 단상들과, 억눌리고 결핍된 욕망의 그늘이 정보경과 오세경에게는 마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유령들에 다름 아니다. 고요해 보이나 격렬하고 불온한 두 작가 안에 숨겨진 유령들을 마주 볼 수 있다면, 작품 속 활활 타는 불꽃과 흘러내리는 체액들의 붉은 향연 속으로 아낌없이 들어가 보았으면 한다.
정현경 개나리미술관 큐레이터
불운색 (소실점)
투명한 두 직선이 화가를 네 토막 내었다.
수평으로 두 토막,
수직으로 두 토막,
배꼽
온전한 왼팔로 오른 눈꺼풀을 들추었다.
바늘은 화가의 오른쪽 눈동자에 첨밀하고 짧은 터널을 내었다.
왼쪽 눈동자도 직감했다. 첨예한 관을 통해 화가의 빨강이
쏟아지리라.
가느다랗게, 츠츳, 치직하며.
마지막 목격에 화염을 떨구고
결코 미소 지으리라.
강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