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숙 : 마음은 소녀
Lee Wan-suk : Little Girl in My Mind
2022.10.18 ~ 2022.10.30
기획·디자인 : rosa
설치 : 최덕화
후원 : 춘천문화재단
이완숙 조각가는 친근한 일상 속의 인물을 모티브로 작가 본인의 자화상과도 같은 중년의 여인을 꾸준히 묘사해 왔다. 작가가 창조한 인물들은 희화화된 과장된 표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형태로 표현된 표정 없는 이목구비의 형상으로 인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외롭고 공허한 상실감을 상기시킨다. 미소를 머금지 못하는 인형 같은 인체조각에 풍성한 양감과 화사한 색채의 의복을 입히고, 손에는 핸드백을 하나씩 쥐어주며 작가는 마치 주문을 외우듯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는 모두 “내면의 빈곤함을 채우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한 작가의 말에서 찾을 수 있듯이 존재의 상실감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방식이다.
그의 작업에는 인물들이 들고 있는 물건들을 통한 상징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무덤 앞 석인(石人)이 들고 있는 지물과 연결된다. 가방, 꽃, 우산 등을 손에 꼭 쥔 여인의 모습에서 인간의 소망과 바람이 담겨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이전 전시에서는 인체의 부푼 양감을 오버랩시키는 ‘구름’이라는 소재를 통하여 일상에 지친 중년여인에게 무거운 육체의 짐을 내려놓고, 꿈을 꾸자며 손을 내밀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새’를 모티브로 동심을 소환한다.
비록 나이들고 무거운 몸의 중년이지만 마음만은 어린시절의 그 어느 때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훨훨 날아다니는 새처럼 뛰어놀고, 솜사탕처럼 달콤한 구름 한점 떼어먹고, 강둑에 피어있는 달맞이꽃이랑 대화하던 어린시절은 그저 사라진 과거가 아닌 여인의 마음에 현존한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유년의 각자의 파랑새를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